돌아, 돌아.

검붉은 피라도 솟구치게 내 머릴 한번 찍어줄래?

난 쓸데없이 많은 책을 읽었어.

덧없는 것들과 관계하느라 인생을 허비하고 산비알 같은 명예를 잃었어.

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때늦은 후회로 자주 정수리는 과열되고

굳고 정한 당신과의 약속도 못 지켰어.

....

....

....

약속할 게, 당신한테 진 빚을 탕감해 줘.

무릎 몇 개쯤 잃어 버려도 좋아.

내 헌 가슴팍에 둥지를 틀다가 소스라치는 박새들.

나 고백하노니, 무분별과 어리석음으로 청춘을 낭비했다.

돌아, 돌아,

내 귓바퀴에 졸아든 한약 같이 쓰고 뜨거운 당신 말씀을

입김과 함께 부어줄래?

 

가을엔 돌들도 연애한다 / 장석주